최대한 문학적으로 일기써보기
어김없이 찾아왔다. 오늘은 주말이다. 기계적 아침이 아닌 아침적 아침을 맞았다. 나는 이불속에서 한 마리의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새로운 날을 밀어냈다. 나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후에야 아침을 받아들였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커피 박스에 채워진 캡슐들이 마치 인형 뽑기 상자에 들어있는 인형처럼 뽑아달라고 유혹했다. 나는 고민하였다. 커피박스를 열지 아니면 옷장을 열지... 결국 나는 운동을 먼저 나가기로 결정했다. 아침 공기는 쌀쌀했다. 곧 12월이라는 것을 알리는 등장곡 같은 온도였다. 하늘은 겨울바다 파도처럼 뿌옇게 변해있었고, 그 파도는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롱패딩을 입고 그 파도 밑에서 영유하는 돌고래처럼 헬스장으로 향했다. 운동은 평상시와 같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없었다. 이러한 허전함은 터질듯한 음악소리와 검은 기계들로 가득한 넓은 공간으로 채우는 듯하였다. 나는 무산소운동을 통해 땀구멍을 열어두었다. 그리고 러닝머신에서 30분 간 뛰기 시작하였다. 3분 30초 간의 터질듯한 호흡과 1분 30초간의 보상적 휴식.. 그렇게 30분을 운동하였다. 나는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다. 어느새 나의 옷은 비 온 후 축축해진 흙과 같은 상태로 변하여 나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제야 나는 운동을 그만하고 샤워를 하고자 했다.
어느새 마친 운동은 하루를 시작하는 최고의 의식 중 하나다. 하지만 나는 대학원 과제가 남았기에 그 개운함은 한편으로 두고 또 다른 한켠의 불편함을 안고 집을 향했다. 집에 온 후에는 바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커피머신을 켰다. 인형 뽑기처럼 뽑은 캡슐은 나의 노곤함을 달려줄 선물로 물과 함께 우려 졌다. 나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겼다. 커피 향은 나의 코를 지나 어느새 방에 한가득 채워졌다. 나는 그런 커피를 환영해 주면서 나의 불편함은 가라앉았고 그것을 마주할 채비를 마쳤다. 커피는 전쟁에 같이할 나의 동맹이었다. 나는 과제를 시작하였다. 과제는 나에게 수수께끼였다. 하지만 이러한 수수께끼는 하나의 성장과도 같아, 풀고 나면 남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성장하였다.
커피를 마시기 전과 달리 성숙한 나는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커피와 단감으로 허기를 달래며 치열한 전투를 한 탓이었다. 하지만 식사로 많은 고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있는 것으로 해결을 해봤다. 미역국라면, 현미밥, 고등어, 나또,,,나는 내 위에 이것들을 채우면서 바람 빠지고 있던 풍선 같은 나에게 공기를 넣어 팽팽하게 만들었다. 그제야 내 책상옆에 있던 책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해야 하는 또 다른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방에만 갇혀 있는 나를 새로운 세계로 보내줄 소설이었다. 이것을 읽고 있으면 나는 뉴욕에 있는 듯했다. 그렇게 나는 무비자, 무일푼 여행을 의자에 앉아서 떠났다. 2시간 정도를 떠난 뒤, 나는 다시 귀국하였다. 그 이유는 또 다른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구매하는 것이다. 마음의 양식을 채울 것들은 총 14개였다. 그렇게 다시 나는 옷장을 열어, 신발을 신고, 파도 밑으로 수영하였다. 도착하자마자 무작정 책을 손에 들었다. 무거웠다. 내 팔에다가 벽돌 쌓듯이 책을 쌓아두었다. 어떤 책은 진짜 벽돌이었다. 마치 일연이 쓴 삼국유사처럼 세상의 모든 일을 다 기록해 둔 창고를 짊어진 거 같았다. 하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나를 더 크게 만들고 새로운 세계에 보내줄 입국비자들이었기 때문이다. 9개의 책만 구입하였다. 읽고 싶은 책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없는 책은 마치 있던 세계가 없어진 거 마냥 실망했다. 우선 구입한 책들을 배송으로 맡겨두고 나는 다시 걸었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거친 파도가 끝내 넘치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더 파도 밑으로 가 비를 피했다. 지하철로 광화문에 가기로 했다. 내기 원하던 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도착했다. 여기는 거친 파도에 피신하려온 물고기들처럼 북적였다. 분위기는 따스하고 온화했다. 어두움을 숨기지 않는 동시에 비추고 있는 밝은 빛은 책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나의 원하는 책들이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책들도 구입하였지만 광활한 대지에 흩뿌려놓은 듯한 모래알 같은 책들은 나의 계획에 벗어나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총 6개의 책을 구입하였다. 그 대지를 벗어나 다시 파도에 나왔다. 하지만 내손에 들고 있는 것들은 마치 파도를 막아주는 듯하여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나는 작업을 마친 어부처럼 널브러지면서 집에 들어왔다. 나는 다시 샤워를 마치고 입국을 떠났다. 하지만 나의 여행으로부터 꺼내온 것은 나의 배꼽시계였다. 배의 알람은 울리고 있었지만 선뜻 끄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지 못해기 때문이다. 만두다! 만두가 먹고 싶었다. 그렇게 만두를 집중적으로 찾아봤다. 그러다가 칡냉면이 보였다. 그런데 만두와 함께... 그들은 쎗뚜다.
그렇게 낚싯배에서 그물을 걷어올리듯 냉면을 걷어올려 먹어치우고 비포장도로에 세워진 바위들 같은 만두들은 도로에서 하나씩 없어져갔다. 포만감을 느꼈다. 다시 여행에 떠날 수 있었다. 그렇게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새로운 느낌의 소설이었다. 하나의 사건, 여러 인물들은 제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무엇이 진실인지 찾아가야 하는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나는 오늘도 새로운 경험을 한 거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나의 평범한 하루가 늘 그렇듯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