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냉정한 이타주의자> 세상을 바꾸는 건 열정이 아닌 냉정

모든 생각 2025. 3. 27. 16:16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서점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제였다. 감정보다 이성을, 열정보다 냉정을 강조하는 책일 것 같아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정책학에 관심이 많아 사안을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책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정치는 종종 이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하곤 한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논리적으로 풀어내지 않을까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혁신은 실용에서 오는 거 아닌가

플레이펌프: 놀면서 물을 기를 수 있는 혁신적인 발상

위 사진은 플레이펌프(Playpump)라는 아이들의 놀이기구다. 하지만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라, 동력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수력발전기 같은 장치다. "아이들이 노는 힘을 에너지로 활용하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다.

나는 한여름의 뜨거운 공기를 모아두었다가 겨울에 풀어내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플레이펌프는 그런 발상을 실제로 실행에 옮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의도는 너무 좋았고, 당연히 성공할 것 같았지만, 현실에서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았다. 실용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기부문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사와 유명한 병원의 의사 중, 빈곤 퇴치에 더 도움이 되는 쪽은 후자라는 것이다. 자원봉사로 직접 돕는 것도 의미 있지만, 높은 연봉을 받아 기부금을 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논리였다. 처음엔 다소 냉정하게 느껴졌지만, 책에서 이를 통계와 사례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을 보며 공감하게 됐다.

이처럼 내가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 그리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반박되는 과정을 보며 흥미로웠다. 단순한 주장이나 감성이 아니라, 철저한 데이터와 논리로 설득하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모든 것을 지나치게 계산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냉정한 이성과 논리는 중요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는 열정과 감성도 필요하다. 냉정한 판단만으로 아프리카 오지로 자원봉사를 떠나진 않는다. 누군가를 돕겠다는 따뜻한 마음과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시선이 더해질 때,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이 더 강력해지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새로운 시각을 접하고, 한층 더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선택한 내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

책이 이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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