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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료보험'이 아니라 '건강보험'일까? 본문
우리는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치료비를 사회보험 제도를 통해 부담한다. 그렇다면 의료를 위한 보험이라는 의미에서 ‘의료보험’이라 해야 할 텐데, 왜 ‘건강보험’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까?
처음에는 ‘의료보험’이 맞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건강의 개념이 단순한 신체적 상태를 넘어 정신적·사회적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WHO는 건강을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 상태”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몸만 건강하다고 해서 진정한 건강이라 할 수 없으며, 마음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도 안정과 만족이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사회적 안녕’이란 무엇일까? 사회적 안녕은 개인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안정감을 뜻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것, 직장 생활에 잘 적응하는 것, 취업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 모두 사회적 안녕의 요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취업하지 못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국가가 실업급여를 주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에서 주고 있진 않다.
건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 음식 배달이 잘못 와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상사에게 질책을 듣고 마음이 상하는 것도, 낮은 임금 때문에 불만족을 느끼는 것도 모두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의 범위가 너무 넓은 것이 아닐까? 필자 역시 같은 의문을 가졌다. 이런 문제의식은 1974년 캐나다 보건부 장관 라론드(Lalonde)의 ‘건강결정요인 모형(Health Field Concept)’에서도 제기되었다. 그는 건강을 결정짓는 요인이 의료서비스보다 사회·경제적 환경에 훨씬 큰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즉, 한 지역의 의사 수보다 그 지역의 소득 수준, 인프라, 가정환경, 성별, 문화, 기후가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결국 제도에도 반영되었다. 단순히 ‘의료’를 보장하는 보험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전반적인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회보험 제도라는 의미로 명칭이 ‘의료보험’에서 ‘건강보험’으로 바뀌었다.
제도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다. 2001년 7월,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면서 의료보험은 건강보험으로 명칭이 바뀌고, 보험자도 통합되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출범했다. 단일보험자 체계로 전환하면서 의료비 부담 완화, 재정 건전성 확보, 관리체계 개선 등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건강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상병수당 제도다. 상병수당은 업무와 무관한 질병이나 부상으로 근로를 할 수 없을 때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이다. 즉,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사회적·경제적 측면에서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보고, 건강보험이 이를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건강보험의 현물급여 중 하나인 요양급여에는 진찰, 검사, 약제, 수술, 재활, 입원, 간호, 이송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여기서 ‘예방’ 부분은 필자가 보기에는 애매한 단어인거 같다. 어디까지가 예방의 영역일까? 건강한 식습관만으로도 수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은 입원 환자의 기본 식대를 지원하고 있다. 그럼 식탁위에 신선한 채소를 올리는 수당을 또 줘야 하지 않을까?....(물론 반대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제도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해 2033년경 재정이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세계에 전례없는 저출산 문제까지 겹치면서 미래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건강보험이 여전히 세계적으로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건강은 사회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가가 이를 보장하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그 보장에는 반드시 비용과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이제는 ‘건강보험’을 다시 ‘의료보험’의 본래 취지로 되돌려, 병원에서 필요한 의료행위와 처치를 중심으로 보장하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들은 다른 정책 재원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식견이 짧은 필자의 의견을 적어보았다...메가커피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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