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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기록] 할머니가 알려준 파리지앵의 비밀

모든 생각 2026. 5. 28. 17:03

 우리가 다른 도시로 이동하지 않고 파리에만 머물고 싶었던 이유 중에는 잠시나마 '파리지앵'이 되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파리지앵은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우리와 어떤 부분이 다른지 궁금했다.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10일 간 생활하면서 그들의 삶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거였다.


 어느날 저녁, 집주인 부부가 우리에게 함께 와인을 마시자는 제안을 해줬다. 우리는 프랑스 와인과 치즈를 먹을 생각에 들떴다. 동시에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지..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대화는 부드럽게 이어졌고 궁금했던 점들을 이것저것 묻고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그들이 물어본 질문 중 하나는 왜 파리에만 길게 있냐는 거다. 우리는 파리지앵이 되고 싶다고 쑥쓰럽게 말했다. 할머니가 파리지앵은 파리라는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정의였다. 파리지앵은 유행을 선도하고 문화적으로 세련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단지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니. 새로운 사실이었다. 그부부은 처음부터 파리에 살지 않았다. 각자 다른 지역에 살다가 파리가 좋아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평소에 집 밖에 잘 나가지도 않고 푸근한 옷차림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집안을 다니지만 파리라는 도시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파리지앵인 것이다. 우리는 파리지앵이 되기 위해서 파리에 왔지만 핵심은 파리라는 도시를 사랑할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파리지앵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도시와 사랑에 빠질 만한 시간은 부족했던 거 같다. 우린 한국 도시에 너무 익숙해져버려 파리의 소소한 불편함들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우린 파리지앵이 될 수 없고 흉내도 낼 수 없다.


하지만 우린 돌아갈 홈타운이 있다.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고 도시에 산지 거진 1년이 되어 간다. 파리지앵의 참의미를 알게 된 지금, 우리도 우리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 도시를 더 사랑하면 우리도 수원지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본 에펠탑
푸드마켓에서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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