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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니 개운하네

모든 생각 2025. 11. 27. 21:56

오래간만에 정신 차리고 출근길에 책을 읽었다. 지하철에서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삶이 계속되다 보니 머릿속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 핑계는 직장생활이 바빠기 때문이다. 9시에 출근하여 작업을 하다보면 시계의 숫자들이 크게 넘어가있다.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정신없이 흘러가는 와중에 피로도도 커졌을 것이다. 그렇게 퇴근 지하철에 오르면 스스로의 보상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핸드폰을 보면서, 숏츠를 보면서 이 정도의 보상은 해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유튜브를 보는 것이 보상이었을까. 아마도 무엇인가를 집중해서 보는 것을 그만하고 싶었던 거 같다. 숏츠는 생각 없이 보게 된다. 딱히 생각하지 않고 핸드폰 화면을 위로 올린다. 알맹이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또 봤던 것들이 계속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거기에 깔리는 음악과 편집만 달라질 뿐. 그렇게 같은 내용의 영상을 다른 편집과 음악으로 돌려보면서 뇌를 태우고 있다. 숏츠를 볼 때면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뭔가가 흐리멍텅해지는 느낌이다. 아마 이것이 중독일 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숏츠를 보던 것을 멈췄던 순간이 있었다. 지하철에서 앉아서 편하게 핸드폰 화면을 생각 없이 넘기던 그때, 중년의 직장인이 가방을 앞으로 메고 책을 들고 내 앞에 섰다. 지하철에서 독서를 하시는 분이 흔치 않다. 나는 그때마다 책 표지를 본다.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에 따라서 그 사람의 고민과 생활이 보일 때가 있다. 아마 그 중년의 남자는 미래, 노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거 같았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핸드폰을 닫았다. 정말 엄청난 실행력이었다. 그때는 뭔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머리에서 멀미가 나는 듯했다. 자꾸 화면만 보는 것에 물렀다고 할까. 물렀다는 표현이 맞다. 일주일 내내 빵만 먹는 거 같은 부대껴서 느끼한 느낌(?). 중간의 따스한 국밥과 김치를 먹어줘야만 개운한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방 속에 책을 꺼냈다. 항상 집을 나설 때면 가방에 책을 넣고 오늘은 꼭 읽으리라 결심하지만 요즘은 항상 패배하고 집에 돌아온다. 그렇게 퇴근길 남은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그래. 이 느낌이었다. 소설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 그 순간이면 나는 어느 순간 소설 속으로 들어가서 지하철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확실히 영상보다 글자가 주는 힘은 너무 크다. 글자가 표현하는 풍경과 시대는 내가 상상하는 대로다. 주인공과 어머니가 험한 산속 눈길을 걷고 있으면 나의 머릿속에는 이미 주인공의 생김새, 어머니의 나이대 그리고 눈으로 덮인 산이 떠오른다. 그만큼 글이 주는 힘은 좋다. 내 머리를 쓰게 만든다. 오래간만에 글자를 읽어 내려가면서 머리가 개운해졌다. 빵만 먹던 나의 뇌는 김치 한입을 먹게 되었다. 내가 이러는 게 얼마나 갈진 모르겠다. 영상이 주는 중독은 확실히 강렬하다. 한번 빠지면 나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책이 주는 힘도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숏츠에 빠지고 나서 알게 되었다. 불현듯 나타나 나의 뇌에 주름지게 해 준 미상의 남성에게 고마움을 보낸다. 일생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 동기를 얻다니. 그 사람은 내가 본인 덕분에 간만히 독서를 하게 된 것을 알까. 나도 지하철에서 독서를 하며 다른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선한 영향을 끼친 적이 있을까. 없어도 된다. 사실 관심 없다.

오랜만에 퇴근 후 식탁에 앉아 글을 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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