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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허름한 병원을 찾아보자.

모든 생각 2025. 12. 30. 15:20

필자는 나이 먹고 철없게 벤치에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왼쪽 정강이에 피가 흐르고 뼈가 드러나는 상처를 입었다(조금 과장 보태서). 그 당시에는 신체적 아픔보다 사회적 아픔이 더 컸다. 아침 출근길에 넘어져서 모두가 봤을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척해준다. 그들 나름의 배려일 것이다. 그 배려가 고마울 정도다. 하지만 아픔은 서서히 오는 것. 집에 도착했을 때는 상처부위가 피떡이 나있었다. 약국에서 소독약과 연고를 사서 꾸준히 집에서 발려주었다. 다음 주는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되어있었다. 걷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여름이라 반바지를 입을 때 누가 봐도 다친 상처가 보여서 여러 관심을 받을까 좀 두려웠다.
제주도에 간 것은 와이프 가족들을 뵙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러 관심이 두려울 만 하지 않았나. 어김없이 나를 걱정해 주었다. 바로 근처 병원을 찾았다. 그다음 날 아침에 감사하고 죄송스럽게도 차로 동네 의원에 데려다주셨다. 내가 방문한 의원은 허름한 주황색 벽돌로 만들어진 3층짜리 건물이었다. 글자가 흐릿하게 변한 나무 목재 간판부터 내공이 느껴졌다. 이야기 듣기로는 이 동네에서 엄청 오래된 병원이라고 하셨다. 서울에서 진료를 보셨다가 제주도로 내려와서 의원을 하시는 선생님이셨다. 진료도 깔끔했다. 현재 상태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약처방..인자하신 할아버지셨다.
서울로 올라오고 난 뒤에도 꾸준히 소독과 연고를 발라주며 관리했다. 그러다 문뜩 생각이 들었다. 우리 동네에는 그 병원처럼 오래된 의원이 있을까. 내공이 느껴지는 간판이 있을까. 병원은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기관이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의 외관은 중요해 보인다. 병원이 깨끗해 보이면 그 안에도 깨끗하고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대형병원, 흔히 말하는 대학병원들이 그렇다. 투명한 유리창과 높게 우뚝 선 하얀 건물들이 마치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을 거 같고 엄청난 기술과 실력을 겸비할 것만 같다.

2023년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꼽힌 미국 메이요 클리닉

2023년에 발표한 세계 최고의 병원은 1~5위까지 모두 미국이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의료가 민영화 국가이다. 엄청난 의료비로 유명한 나라이기에 그에 수익률도 있을 것이다. 그 수익률은 병원 외관이나 인테리어에 들어갈 수 있고 그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파보기 전에는 사실 병원의 위치와 규모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좀 특이하다. 병원 운영은 민간에서 하지만 의료비 지출은 공공보험에서 한다. 병원을 개원하여 적자를 메꾸고 흑자가 되기까지 많은 환자를 진료한다. 그것들의 대부분은 공공재정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병원이 수익이 많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많은 공공지출을 가져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병원 인테리어나 외관에 쓰이는 비용보다는 그것으로 인력, 자원, 교육 등에 쓰이는 것이 더욱 현명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허름한 병원보다는 외관이 깨끗하고 인테리어가 잘되어있는 병원을 원한다. 또한, 병원들도 그것을 알기에 많은 비용을 투입할 것이라고 본다. 아무리 작은 평수의 의원이어도 인테리어에 1억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결국 그 1억 원은 공공지출이 되는 셈이다. 1억 원만큼의 진료와 환자를 봐야 적자가 흑자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서 도덕적 해이도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아닌 병원들도 많다.
외관에만 신경쓰고 내실은 없는 병원이라고 탓하기에는 외관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일반환자가 병의원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병원입장에서 보여주고 신뢰를 줄만한 것이 이런 외관에 있다. 물론 유명한 의사들을 보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동네에 한명씩 그런 분들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외관이 좋은 데 내실이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외관과 내실 모두 챙기는 병원들도 많을 것이다. 다만, 병원 외관만 신경쓰고 허름한 병원은 돌팔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병원들의 인테리어 싸움으로 끌고 가는 것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부터 편견이 없다면 유럽의 병원들처럼 옛날 건물을 개조하여 환자를 돌볼 수있지 않을까한다.
허름한 병원에는 병원 외관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환자만 생각하는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분들이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분들을 만나고 싶다면 병원 고를 때 좀 더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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