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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을 읽고 내맘대로 생각하기

모든 생각 2025. 1. 19. 16:56

아침 6시 50분 기상으로 하루를 시작하여 저녁 10시 50분에 침대로 들어간다. 시작과 끝의 중간 과정은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집과 직장 두 곳에서 인생의 하루가 가는 것이다. 무료하다면 할 수 있는 일상 속에서 소설은 다른 세계관으로 보내줄 수 있는 여권과도 같다. 내가 읽을 문학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내가 알던 세계와 최대한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선택한다. 나는 아무래도 그것이 몰입이 더 쉽게 되는 것 같다. 모비딕이라는 소설을 선택한 이유도 그와 마찬가지다. 마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짠 바다의 비린내가 방안에 퍼지는 듯하기 때문이다. 모비딕은 큰 고래를 잡기 위한 여정을 다룬 모험소설이다. 항상 명작집이라고 손꼽히는 목록에 꼭 있기에 읽어보고 싶었다. 또한, 거대한 모험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의 반복된 일상과 대조되기에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골자는 이슈메일이라는 필자가 자신의 모험을 적은 수필 같다. 하지만 이야기 중심이라기보다는 백과사전과 지식 전달의 목적이 더 컸다. 사실 처음에 읽다가 지루한 부분이 있었다. 고래에 대한 지식과 성경, 신화 등등 이야기는 내가 알던 바다의 향기와 거리가 멀었다. 중간중간 배에 타고 있는 다른 선원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과거 회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도대체 모비딕은 언제 나온 단말인가. 참고 읽었다. 작가는 실제로 고래잡이를 해봤던 경험이 있는 듯했다. 그 과정을 너무 생생하게 묘사했다. 포경선의 모습이나 그와 같이 일하는 선원들, 선장 등등의 역할과 여러 에피소드로 인해서 그 당시의 포경잡이의 역사를 보여주는 거 같아서 다소 역사서나 박물관을 옮겨놓은 듯했다. 실제로 스토리는 간단하다. 모비딕이라는 거대하고 악명 높은 흰고래를 잡기 위해서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중간중간 흰고래에 대한 소문이나 이야기로 얼마나 위험한지 필자는 독자에게 세뇌시키는 듯했다. 그래서 소설 마지막 부분이 더욱 긴장감 있게 읽게 된 거 같았다. 다른 문학 작품과 마찬가지로 필자가 볼 때는 새드엔딩이다. 모험의 끝은 실패로 끝난다. 왜 명작이라고 불리는 문학 작품들은 하나같이 결말이 속 시원하지 않을까. 아마 내가 지성이 부족할 수 있다. 함부로 내가 소설을 판단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나는 모비딕은 더 큰 도전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왜 더 큰 도전이라고 하느냐면 포경잡이 자체가 도전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이슈메일은 육지에서 일했거나 고기잡이 배 정도 타본 인물이다. 이 인물이 어찌 된 영문인지 고래를 잡겠다는 모험에 뛰어든 것은 돈이 필요했을 수도 있지만 나처럼 무료한 일상에 큰 도전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한다. 그중에서도 모비딕은 여러 인물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악마 또는 천사로 묘사한다. 소설 속 선장은 모비딕에게 다리를 하나 잃고 복수심에 모험을 시작한다. 동기가 어떠하든지 다들 도전을 하는 인물로 보인다. 모비딕을 잡는 것은 포경선들의 큰 명예이자 영예이지만 큰 위험도 따르기 때문에 모두가 도전하진 않는다. 소설 끝에는 딜라이트호라는 포경선을 만난다. Delight라는 의미로 기쁨과 밝음을 의미하는 배로 선원들과 선장도 그에 맞는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고래잡이는 하지만 모비딕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것을 왜 잡는지 이해를 못 하는 듯했다. 나는 딜라이트호의 사람들이 도전을 하지 않는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행동과 말은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그래서 도전을 하지 않는 이들을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의 추구하는 삶은 모비딕을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과 달랐던 것이다. 그것은 레이철호라는 포경선을 만났을 때와 대조되기 때문에 더욱 그래 보였다. 레이철호는 모비딕을 잡는 도전을 기꺼이 한 이들이었다. 하지만 모비딕에게 큰 피해를 입어 선원들을 잃고 심지어 선장의 아들도 바다에 실종이 되어, 모두가 우울한 상태로 향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도전의 끝은 이리도 위험한 것이다. 큰 명예에는 큰 위험도 따르는 법이다. 이들의 도전을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행복과 안정을 추구하는 이들을 뭐라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뭐가 옳고 그른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공의 배는 모비딕을 발견한다. 사흘간의 추격과 치열한 전투 끝에 남은 것은 죽음이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이가 바로 이슈메일인 주인공 하나였다. 소설의 첫 문장은 그 유명한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이다. 나는 책을 다 읽었지만 이게 왜 중요한지 왜 그리 유명한지 솔직히 모르겠다. 소설 마지막 부분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아직도 난 해석을 못하겠다. 여러 해석본을 보아도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내 방식대로. 이슈메일은 남들과 다른 더 큰 도전을 한 인물이다. 3년간 온전히 바다에서 버텨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이야기가 남았다. 처음에 이슈메일이 모험을 하고자 한 이유는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고자 한 것이었다. 이슈메일이 이러한 모험을 기대했는지는 모르지만 여러 시련과 고난이 있었다. 이슈메일에게 모비딕은 모험을 나설 용기의 동기부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이야기가 남았다. 누구도 얻지 못한 모험의 경험과 도전은 오롯이 이슈메일에게 있다. 결국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의 문장은 기꺼이 도전에 맞서고 용기를 낸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고난과 시련이 있어도 그 끝에는 이야기라도 얻는 것이 있으니 용기를 내도 된다는 안도가 드는 문장인 거 같다.
리더십의 중요성. 에이해브라는 선장은 개인의 복수심으로 인하여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린 인물로 나타난다. 나는 이것은 개인의 이기심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으로 아주 좋은 사례 같았다. 흔히 말해서, 취업사기이다. 이들은 고래잡이를 한다는 것이지 악명 높은 모비딕을 잡는다고 하지 않았다. 아마 모비딕을 잡는다고 했으면 선원들의 지원이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모비딕을 잡는다고 할 경우, 그에 맞는 도전의식 있는 인재들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에이해브는 현명한 사람이 아닌 그냥 모비딕에 광기 어린 인물이다. 자신의 사적 감정으로 인해 다른 선원들의 목숨과 그에 가족, 심지어 본인의 가족에게도 큰 슬픔과 비극을 주었다. 나는 이것을 읽고 하나의 빠진 리더는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도전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여러 명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 소설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식인종부터 시작해서 아시아계열과 아프리카 등등이 나온다. 시대적 배경으로 봤을 때, 이들은 아마 천대받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한다.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도전 앞에 협업은 필수이다. 모든 선원들은 제마다 각자 역할이 있고 그것을 성실히 이행한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모두가 인정하기도 한다. 인종, 연령, 성별, 종교 등은 개인의 영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도 편견을 갖지 않고 그 사람의 역량을 보도록 해야겠다고 느꼈다.
이 소설의 문장 구성은 나에게 무척 어려웠다. 1851년에 출판된 책이므로, 문장의 표현과 시대적 배경으로 오는 괴리감이 있었던 것 같았다. 나의 부족함으로 생각하겠다. 작가는 어떻게 이러한 표현들을 생각했을까. 대단하다.

  • 산고 속에서 태어난 인간이 고생하며 살다가 고통 속에서 죽는 게 맞다! 그래, 받아들여야지. 여기 닥쳐오는 고난에 의연한 자가 있노라. 그래, 받아들여야지
  • 삶이 죽음을 감싸고, 죽음이 창살이 되어 삶을 지탱한다. 음울한 신이 젊은 생명을 아내로 삼아 곱슬머리의 영광을 자식으로 낳는다.
  • 나는 이 큰일을 해내기 위해 사전에서 가장 묵직한 단어들을 가져와 기꺼이 그 무게를 감당할 것이다.
  • 웅장한 책을 쓰려면 웅장한 주제를 선택해야 한다. 벼룩에 대한 책을 쓰려고 시도한 사람은 많겠지만, 그 주제로는 불후의 명작을 남길 수 없다.
  • 마지막 고래가 마지막 인간처럼 마지막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마지막 담배 연기 속으로 사라져 버리지 않겠는가?
  • 모든 고통이 과거의 불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습지에 사는 맹독성 뱀도 숲 속에서 감미롭게 지저귀는 새들처럼 자신의 종족을 번식시키듯이, 모든 불행한 사건도 모든 행복한 일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동류를 낳는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 그의 둔감함이 주변의 무수한 사물들에 드리워져 마침내 눈에 보이는 온 세상에서 식별할 수 있는 보편적인 둔감함과 하나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세상은 무수한 형태로 쉴 새 없이 활동하면서도 영원히 평온함을 유지하며, 설령 누가 대성당의 토대를 파헤친다고 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 물 위의 파문이 점점 희미해지면서도 넓게 퍼져 나가듯이, 그의 눈도 한없이 퍼져 나가는 '영원'의 고리처럼 점점 더 둥그레지는 것 같았다.
  • 우리가 생명과 영혼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누워서 여전히 꿈꾸며 침대에서 잠자는 사람들처럼 몸을 뒤척인다. 파도가 끝없이 넘실거리는 것은 그것들이 쉬지 못하고 뒤척거리기 때문이다.
  • 그때까지 선실을 겨누고 있던 머스킷총이 주정뱅이의 팔처럼 덜덜 떨리며 문에 부딪쳤다. 스타벅은 천사와 씨름을 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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